풍요속 빈곤

구겨진 휴지 조각처럼 버려지고 구겨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서체 하나, 이미지 하나, 점 하나, 선 하나를 고르고 또 고르고 고심해야 한다.

디자인도 대중이 원하는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대중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우리가 그들에게 맞추어야 하는가에 대해 디자이너는 한번쯤 고민을 해봐야 한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는 예술가들을 사회주의 체제안에서 대중을 선동하는 주체라는 이유로 그들을 척결해 나갔다. 예술가들은 제 3세계로 떠나야만 했고, 자본주의 사회로 망명을 해야만 했다. 남은 자들은 사회주의 일원이 되어야만 했고, 위조 문서나 위조 여권등을 만들며 명맥을 유지해야만 했다. 자본주의 사회로 떠난 자들과 남은 자들의 공통점은, 살아남기 위해 권력 앞에 그들의 재능과 영혼을 팔아버렸다.

지금은 그 때처럼 전쟁과 가난의 시대는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상업적인 것과 동떨어져 이상의 꿈을 꾸며 현실을 피해다니지만 결국, 그들도 자신의 결과물을 팔아야 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태도로 자신의 철학을 주장하며 도태되어 가고 있다. 상업적 칼날은 늘 그렇듯 돈으로 유혹하며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쓰여지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어 가는 듯 하다. 이미 지구상의 쓰레기는 넘쳐나고 있으며, 이런 사회에 속한 나도 미련이 남아 그 대중과 상업적인 것에 물들어 가고 있다.

버려지기 싫다. 세상을 바로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디자이너. 디자인은 휘발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계속 이런 디자인이 세상에 나온다면 풍요로운 세상은 우리를 더욱 더 빈곤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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