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날

벨이 울린다.

머하노 임마!! / 그냥 있지 머 / 어덴데? / 집!! / 집?! 어디?!! / 서울집 / 야이 미친XX!! 니 아직 서울이가? 대구는? / 못가
야 이거 완전 불효자XX네 / ... / 그래도 추석인데 부모님 찾아뵈야 되는거 아이가? 이 불효자 자슥아!! / 일때문에 바빠서...
바쁘긴 백수XX!! / ... / 전화는? 전화는 해드맀나? / 아니 / 그래도 전화는 해드리라... / 그래 나중에 서울에서 함 보자



추석전날 서울에는 비가 엄청나게 왔다.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22년만에 겪은 일이었는데...
내방에 물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세군데에서...
부랴부랴 노트북도 대피시키고 있는대로 물받이를 떨어지는 위치에 맞춰 배치시키기 시작했다.
낡은 건물인데다가 옥상에 배수구가 막혀서 건물전체 틈사이로 물이 세어나왔고
순식간에 건물안에는 지금 이곳이 실내인지 실외인지구분이 가지 않을만큼 물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웃겼다. 얼마전까지 모든걸 접고 대구로 내려 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비오는날 이 모든것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한가족이 모여살았던 어렸을때 느낌이었다.
그속에 우리를 위해 살아오셨던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초등학교시절 다세대가 살던 집에서 비가 오면 똑똑 떨어지던 방안에
떨어지는 물쪽은 자신이 눕고 그곳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동생과 나를
눕히고 밤을 지새웠던 엄마!!

그날 저녁...
그렇게 친구녀석은 나를 건드렸다.
낮이고 밤이고 늘 자식걱정하는 것을 알면서도 철없는 아들은 그렇게 불효자가 되어야 했다.
부모가 자식걱정하는 것은 애정표현이지만 이상하게 아들이라는 직책은 그러한 애정표현을
행동과 말로 잘 되질 않는다. 따뜻한 말한마디 하는 것이 쑥쓰럽고 낯설다.
늘 받기만 하는 못된 버릇으로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그 버릇을 고치기가 너무나 어려운 것일까...



당신은 나의 욕심이 나를 위한 일이지 가족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말에 얄밉기도 하지만
하루빨리 자식의 안녕을 더욱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 현재 당신의 아들은 당신앞에 당당하게 설수 없습니다.
그러나 믿어주세요. 당신이 어느곳을 가도 떳떳한 첫째아들 종훈이는 당신 이름 석자를
더럽히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기운쎈 아들이라는 것.
그 하나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주세요. 그럼 세상의 그 어떤 응원군보다 제게는 힘이 될것입니다.
늘 건강하셔서 아들을 지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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