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mulation

Annie Hall 1977

봉금이 2018. 4. 3. 22:00



"ANNIE HALL" 

1977


대학교 2학년 일러스트 수업에서 글루미 선데이를 보고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중에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교수님이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 오라고 했는데 기본적인 정보가 하나도 없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영화 포스터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그러나 한참후에 영화포스터 디자인은 내게 그저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광고지에 지나지 않았다.

한동안 나는 영화포스터를 그렇게 진지하게 보지 않았다.


늘 그렇지만 나는 창의력이 좋은 디자이너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이너는 분명 나와는 거리가 멀다.

"타이포 그래픽은 보수적이어야 한다"라는 문구를 어디서 읽었다. 이 말을 처음에는 부정했는데

내가 디자인을 할 때, 나는 어떤 성향인가를 조금 고민해보니 나는 보수적인 디자이너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보수적인 디자인}

이 포스터를 보면 누가 이것을 영화포스터라고 생각할까?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는 영화 포스터는 말그대로 딱 한명의 디자이너가 만든것처럼

레이아웃, 포맷은 고집스럽게도 거기서 거기다. 

영화 포스터는 일종의 광고 디자인이다. 그리고 포스터 디자인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게 영화포스터 디자인은 현저하게 그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그러한 시점에서 이 영화 포스터는 나의 눈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자극이었다.

1977년 내가 태어나기 2년전에 이런 디자인이 존재 했다는 것이 나는 너무 놀랍다. 

포토샵으로 억지로 우겨넣지 않은 영화장면의 사진 한컷. 

군더더기 없이 배치된 서체들은 포스터 디자인의 전형적이 아니 어쩌면 보수적이고 

가장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첫번째 영화 포스터는 이 영화포스터처럼 기본적인 정보들만 있었다.

출연자들의 이름, 그리고 영화 제목과 간단한 프롤로그가 다였다.

디자인의 레이아웃이나 포멧은 그당시 배우질 못했으니 좋은 디자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구성은 아니다. 


'교수님, 보세요. 영화포스터도 이렇게 포스터디자인처럼 만들수가 있어요. 그리고 있었어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