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02

이력서

봉금이 2010. 8. 25. 02:09


2010 resume / ver.1.0.2










size / 148mm*210mm

univers family / din / akzident grotesk / 윤고딕 / 한양타자



2009년에 이어 새로운 곳을 찾기 위한 2010년 이력서를 부랴부랴 수정하며 만들었다. 그래 뭐 늘 그렇지만 뭔가 아쉽고, 뭔가 부족하고, 그러면서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보다야 낫지라는 생각에 나 자신에게 토닥거리며 위안을 삼는다. 이번에는 어떤 포맷으로 어떤 레이아웃으로, 어떤 제본으로 할까 수많은 고민을 하며 시작을 하지만 역시 돈과 시간이 나를 억누르며 축 늘어지는 어깨에 많은 삶의 무게를 얹는다. 회사를 퇴사하고 구인광고를 직접 내고 사장님의 메일로 몇몇 이력서와 포폴들을 보았다. 실망할 걸 알면서도 기대감도 없지 않아 있는 나는 역시나 어떻게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력서를 일반 사무회사 양식을 그대로 올릴까 하는 의문을 들었다. 뭐 그래도 보면서 우리 사장님은 나만 한 포폴을 못 봤다고 말은 하지만... 나는 잘하는 사람을 자주 봤다. 당신에게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겠지요. 또 하나, 이력서와 포폴을 준비하면서 이 정도선에서 멈추자고 생각하고 회사를 찾으면서 느낀건... 매년 수많은 예비 디자이너들과 신입들이 넘치는 우리나라에 디자인 회사들도 참 터무니없이 많다는 것이다. 회사들은 서로가 자기에게 맞는 직원을 채용하려고 광고를 낸다. 디자이너는 마치 강가에서 낚시 하는 낚시꾼들이 던진 미끼를 물듯 미끼에 걸려든다. 덥석 물고 낚이는 애들도 있지만 몇몇 녀석은 그것이 강줄기에 흘려 찢겨 나가는 미끼를 낚아챈다. 꾀가 있는 물고기... 나는 과연 꾀가 있는 물고기가 될 수 있을까? 몇 군데 면접을 보고 왔다. 아니 사실 한군데 갔다 왔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과 철학, 그동안 만들었던 내 작업물들에 대한 열정을 그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내 모습은 가히 그들을 흔들 만은 하다. 말도 잘하고 기존의 면접 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말 한 마디를 듣고 나오면 스스로 미소를 짓고 으쓱해진다. 그러나 나 역시 그들의 미끼에 낚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면접을 보러 가기전에 나의 마음은 이번 면접은 내가 유도하겠다고 생각하고 가지만 나 봐라 나 이만큼 했다 그러니 나를 인정해 달라 나 선택 안 하면 니들 손해다라고 말하고 있는 내가 강물에서 여유롭게 몇 년을 산 살찐 고기가 되어버려 자신이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도 모르고 낚이는 씁쓸한 한 마리의 고기가 되어 있는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강가의 고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에게 물고기는 클라이언트인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 낚시꾼들은 물고기를 잡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한 순간이라고 한다. 내가 가려는 회사들은 대부분 그런 대여를 낚았다고 자랑질을 하고 있다. 난 말이지 그런 대여를 낚았다고 눈 하나 깜빡하는 스타일은 아니란 말이지. 이력서 하나 만들면서 무슨 고민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지만 요즘 많은 생각이 든다. 내가 뭣 하러 이렇게 발버둥치는지 또 그들은 뭣 때문에 그렇게 아등바등 자기 회사 자랑을 신랄하게 하는지를 말이다. 얘들아 너희가 하는 짓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그게 디자인지 말이야. 그래 아니라고 하지? 수준이 낮은 클라이언트을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말이지. 우리도 이런 디자인이 싫다고 말이지. 늘 그렇게 말하지. 근데 있지 비겁해. 너희는 그렇게 걔들을 설득 못 시켜서 떠받들면서 우리를 설득하려고 하지. 조금만 남들이 너희를 꼬아도 니들을 발끈하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너희란 말이지. 밤이 되니 감수성이 예민해져 또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 놓았다.